2억원에 가까운 바나나 한 송이 작품이 있습니다. 벽에 두꺼운 테이프를 이용해 무심하게 붙여놓은 이 바나나는 '코미디언(Comedian)'이라는 제목을 가진 '마우리치오 카텔란(Maurizio Cattelan, 1960~)'의 작품인데, 2억원에 가까운 가격으로 논란이 시작되고 있던 시기 한 행위예술가가 현장에서 해당 바나나를 먹어버리는 것으로 더더욱 뜨거운 논란을 만들며 일반 대중에게 꽤 많이 노출되고 각인된 작품이기도 하죠. 이 바나나가 왜 2억에 가까운 가격이 매겨졌는지는 사실 잡담으로 논하기엔 지루한 감이 많이 있습니다. 작품이란 그 자체보다는 뒤에 담겨있는 스토리가 더 중요하다는 원론적인 이야기나 나올 뿐이니 말이죠. 결국 비슷한 관점의 잡담이 될 수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점점 커져가는 논란과 ..
'노력한 만큼 결과가 따른다.’라는 문구는 많은 예술가가 신념처럼 믿고 있는 문장입니다. 물론 노력이라는 키워드는 예술 외의 직업을 가진 모든 분들에게도 삶의 중요한 태도로 여겨지고 있는데요.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또 다른 문구처럼 노력은 미술인에게 화려한 기교를 선물했고, 일반 관객에게는 개인 영역의 전문성을 선물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관점에서 가끔 시각예술은 잔인한 면이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고는 하는데요. 의외로 관객에게 쉽게 기억되는 작품은 기교가 화려하게 넘치는 그림보다 간단한 선과 색을 이용해 강력한 상징성을 가지는 경우가 많으니 말이죠. 간단하게 예를 들어보자면 이런 부분입니다. ‘사람이 그림으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냈다.’라고 표현되는 르네상스 거장들의 그림을 살펴보면요..
전통미술과 현대미술을 구분하는 가장 간단한 기준은 작품이 제대로 끝난 것처럼 보이느냐, 보이지 않느냐가 있습니다. 대개는 카메라의 상용화가 이루어진 19세기를 전통미술과 현대미술을 구분하는 기점으로 잡는데요. 전통미술 속 화가보다 세상을 빠르고 확실하게 묘사하는 카메라가 장인의 성격이 강했던 전통미술을 변화시켰다는 것이 미술사의 정설입니다. 번개처럼 나타난 사진 기술에 화가들은 카메라가 할 수 없는 배경 없는 그림, 특이한 색의 그림, 특이한 형태의 그림 등을 탄생시키며 현대미술의 시작점이 됐다는 것이죠. 물론 이를 카메라의 발명만을 원인으로 생각하기보다는 산업혁명, 시민혁명 등 과학과 사상의 발전과 함께 나타난 사회 전체적인 변화라는 큰 시각이 존재합니다. 그런데 19세기보다 무려 400년이 빠른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