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게 기억되는 방법
- 미학적 잡담
- 2019. 10. 18. 22:58
'노력한 만큼 결과가 따른다.’라는 문구는 많은 예술가가 신념처럼 믿고 있는 문장입니다. 물론 노력이라는 키워드는 예술 외의 직업을 가진 모든 분들에게도 삶의 중요한 태도로 여겨지고 있는데요.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또 다른 문구처럼 노력은 미술인에게 화려한 기교를 선물했고, 일반 관객에게는 개인 영역의 전문성을 선물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관점에서 가끔 시각예술은 잔인한 면이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고는 하는데요. 의외로 관객에게 쉽게 기억되는 작품은 기교가 화려하게 넘치는 그림보다 간단한 선과 색을 이용해 강력한 상징성을 가지는 경우가 많으니 말이죠.
간단하게 예를 들어보자면 이런 부분입니다. ‘사람이 그림으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냈다.’라고 표현되는 르네상스 거장들의 그림을 살펴보면요. 다빈치, 미켈란젤로, 보티첼리 등 당시 거장의 그림은 각자의 스타일이 확실하게 존재하지만, 약간의 공부 없이는 그 구분이 쉽지 않은 것이 사실입니다. 그에 반해, 추상화가로 널리 알려진 몬드리안과 칸딘스키의 그림은 큰 공부 없이도 간단하게 그 둘을 구분할 수 있는데요. 그림을 이해하고 못하고를 떠나 그저 한 화가의 작품을 시각적으로 기억하는 부분에서는 오히려 적은 노력이 들어가는 추상화가 우위를 선점하고 있는 아이러니함이 존재하는 것이죠.
물론 사람들의 감탄을 자아내는 것은 역시 르네상스 거장들의 작품입니다. 추상화는 그 강력한 상징성과 함께 사람들에게 쉽게 기억되고는 있지만, ‘뭘 그렸다는건지...’라는 긍정적이지만은 않은 이미지를 가지고 있기도 하죠. 어쩌면 노력이라는 키워드와 함께 이 둘을 비교하는것 자체가 무의미한 행동일지도 모릅니다. 사실 몬드리안은 본인의 추상화를 그리기 위한 형식을 완성하기 위해 정밀묘사 가득한 그림부터 시작하여 조금씩 조금씩 그림을 단순화하는 노력을 해오기도 했으니 말이죠.
이 노력이라는 키워드를 그림 한 장을 그리기 위한 태도로 봐야 하는 것인지, 자신의 미술을 만들기 위한 삶 전체의 태도로 봐야 하는 것인지 참 혼란스러운 부분인데요. 관객에게 감탄을 자아내는 작품이 옳은 것인지, 관객에게 기억되는 작품이 옳은 것인지, 작가 본인의 노력과 형식에 집중하는 작품이 옳은 것인지, 참 알 것 같다가도 모르겠는 것이 미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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