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측식 RF 필름 카메라, 미놀타 하이메틱G


얼마 전 일회용 필름 카메라로 필름 카메라의 손 맛을 살짝 맛보고는 필름 카메라 두 대를 충동구매 버렸는데요. 이런 충동구매와 함께 저에게 찾아온 두 대의 카메라 중 처음으로 제 손에 들어온 카메라는 바로 이 '미놀타 하이메틱 G' 였습니다. 사실 영국에서 유학하고 있는 개인적인 환경으로 인해 뭔가를 구매하고 짐을 늘리는 것을 굉장히 꺼리고 불편해하는 편인데, 카메라 앞에서만큼은 추후에 찾아올 그 불편함을 감수해야만 하는 충동구매를 자제할 수가 없는 것 같네요. 한 번 보기만 하자는 생각으로 카메라를 둘러보고 있다 보면 어느새 결제를 위해 카드를 꺼내들고 있는 저를 발견해 버리지만, 그래도 손에 들어온 카메라를 구경하고 찍어보고 있자면, '그래 뭐 잘 샀다.'하는 생각이 듭니다.



결제의 후회와 손에 들어왔을 때의 만족 등의 희로애락을 선물한 이 오래된 필름 카메라는 사실 최근의 카메라와는 다른 여러 가지 특징들이 있습니다. 촬영자가 뷰파인더로 보는 시각과 실제 촬영 렌즈의 시각이 연결되어있지 않은 RF(Range Finder) 카메라라는 점이 이 미놀타 하이메틱 시리즈의 특징인데요. 최근 많이 사용되는 렌즈와 뷰파인더가 하나로 연결되어 촬영될 이미지와 동일한 시각을 볼 수 있는 SLR 카메라와는 대조를 이르고 있는 방식입니다.


심지어 이 미놀타의 하이메틱 시리즈는 거리계도 포함되어 있지 않아 눈과 감으로 거리를 측정하고 초점을 맞춰 찍는 방식의 카메라인데요. 목측식 카메라라고도 말하는 이 방식은 그야말로 눈대중으로 초점을 맞추고 사진을 찍어야 하는 최근 카메라와 비교하자면 굉장히 낯선 촬영 방식을 가진 카메라입니다.



위 사진처럼 렌즈 윗부분에 나눠진 얼굴 / 상체 / 군중 / 풍경 마크를 통해 눈으로 느껴지는 거리감에 맞춰 설정을 변경하며 초점을 맞출 수 있는데요. 이처럼 거리를 감으로 측정해야 한다는 불편함을 가지고도 있지만, 노출과 조리개는 자동으로 조절되는 편리함을 가진 카메라이기도 합니다. 


수동과 자동이 섞여있는 부분이 어찌 보면 굉장히 불편해 보일 수 있는 촬영 방식이지만, 일회용 필름 카메라와 흡사한 촬영 방식이 마음에 들어 구매를 결정했는데요. 초점만 대충 신경 쓰면 빠른 촬영, 일명 '속사'가 가능하다는 점이 일회용 필름 카메라를 사용하며 매력적으로 느꼈던 이점을 가장 잘 살려낸다고 느꼈던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사람들의 자연스러운 모습이 담긴 일상의 스냅 일명 '스트릿 포토그래피'라 불리는 사진 유형을 좋아하기 때문에, 카메라를 들이대는 순간 사진을 찍어낼 수 있는 '속사'는 저에게 굉장히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이점인데요. 순간적으로 지나가는 일상의 예쁘고 멋진 상황이나 구도를 놓치지 않고 담아내 좋은 사진을 건지자는 사진 철학을 가진 저에게 속사는 필수적인 요소이기도 합니다.


물론 어떻게 찍히는지를 볼 수 없다는 특징 때문에 가끔은 초점이 나간 사진이 나오기도 하고 깜빡하고 초점을 맞추지 않고 찍은 사진마저 나오기도 하는데요. 가끔은 그런 실수마저도 필름 카메라의 특이한 느낌으로 커버해주는 것이 이 또한 좋은 사진을 얻는 하나의 과정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오래된 필름 카메라의 감성이라는 것이 최신 디지털 카메라가 줄 수 있는 깨끗하고 청량한 사진과는 많이 다른 부분이니 말이죠.



물론 가끔 강력한 햇빛을 가진 유럽의 환경은 필름 카메라로도 디지털 카메라에 뒤처지지 않는 뛰어난 화질을 완성해주기도 하는데요. 여행에서는 필름 카메라와 디지털 카메라를 함께 들고 다니기도 하며 각각 다른 느낌의 사진을 만들어주기를 원하는 저로서는 강력한 햇빛이 주는 풍부한 광량으로 완전되는 필름 카메라의 뛰어난 화질을 썩 환영하지는 않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요즘은 날씨가 지나치게(?) 좋으면 이 카메라를 들고나가지 않는 경향마저 생긴 것 같기도 한데요. 빛이 부족한 흐린 날이나 실내에서 그 필름 카메라 특유의 오래된 감성을 잘 보여주는 느낌에 날이 흐리면 조금 신나는 마음으로 카메라를 챙기게 됩니다.



아직 다양한 필름을 사용해보지는 못 한 것이 어쩌면 필름에 의한 색감적인 부분의 차이일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일단 똑같은 필름 10통을 한 번에 시켜버렸으니 일단 이것부터 얼른 소진한 후 다른 종류의 필름을 사용해보며 비교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어쨌든 작고 가볍다는 점부터 빠른 속사를 가능하게 해준다는 점까지 미놀타 하이메틱 G, 아주 매력적인 카메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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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사 컬렉터 : 이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