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문과 에펠탑을 향한 가운뎃손가락의 의미
- 미학적 잡담
- 2019. 5. 25. 07:08
미학적 잡담 : 천안문과 에펠탑을 향한 가운뎃손가락의 의미
당연한 생각일지 모르지만, 현대 속에서 벌어지는 예술이라는 것이 참 별나구나 하는 생각이 들 때가 많습니다. 패션에서는 ‘어글리(Ugly : 못생김)’가 유행 키워드로 등장하며 못생김을 모티브로 정반대 개념인 예쁨을 지향하는 감각적인 디자인이 등장하고, '예술은 정말 개똥 같다.’라는 말을 무색하게 만들듯 ‘예술가의 신선한 똥이 들어있다.’라고 주장하는 통조림 캔 작품이 등장하기도 하는 세상이니 말이죠. '정말 미친 세상이구나’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올바름과 정직함, 선함과 같이 오직 흰색의 가치만을 고집하던 과거와는 다르게 경우에 따라 악당을 섹시하다 느끼기도 하는 검은 매력을 발견할 줄도 아는 것이 현대의 모습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런 생각과 함께 오늘 던져볼 잡담의 주제는 전 세계 공통으로 사용되는 가운뎃손가락 욕을 이용한 작품인데요. 전 세계 특정 도시, 국가를 상징하는 건물을 향해 당당한 중지를 선사하는 사진 시리즈 작품입니다. 이 작품이 참 오묘하고 재미있는 이유는 세상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간단한 욕과 사진 배경으로 세상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가벼움과 함께 한편으로는 꽤 깊고 민감한 국가, 사회적인 이슈를 건드리고 있다는 점인데요. 중국인 작가로서 독재 체제에 가까운 중국의 천안문을 향해 가운뎃손가락을 세운 사진을 작품으로 내놓는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알고 있는 우리는 사진만 보아도 괜스레 등골이 오싹해지는 감정을 느끼게 됩니다. 사진을 보는 것과 함께 작가의 안전을 걱정하게 되는 것처럼 말이죠. 그에 반해 바로 옆에 놓인 미국의 백악관과 파리의 에펠탑을 향해 중지를 펼치고 있는 사진은 중국 천안문 사진에 비하자면 귀엽다는 느낌마저 들게 만드는데요. 작가의 생사를 궁금하게 만드는 한 사진과 귀여운 감정을 들게 만드는 나머지 사진의 차이가 이 작품의 관전 포인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아이 웨이웨이는 이 작품 시리즈를 ‘원근법에 관한 연구(Study of Perspective)’라 부르고 있는데요. 마치 ‘사진 속 가운뎃손가락은 가까이 있는 것은 크게 보이고 멀리 있는 것은 작게 보이는 원근법을 실험해보기 위한 사물에 불과한데 무엇이 문제냐?’라는 풍자적인 질문을 던지며 중국이라는 사회의 문제점을 부각하는 제목이죠. 사실 아이 웨이웨이가 중지를 펼치고 있는 ‘천안문’이라는 공간은 중국 내부에서 모두가 알면서도 쉽게 논하지 않는 ‘천안문 사태’를 상징하기도 하는 공간이니, 이 사진의 배경이 내포하고 있는 의미가 상당히 큰 것이리라는 생각이 듭니다.
아이 웨이웨이는 이러한 행보들로 인해 중국 공안이 집과 작업실 주위에 상주하는 감시를 받으며 공식적인 이유가 없는 통보성 출국 금지를 당하기도 했는데요. 출금 금지라는 상황에도 불구하고 해외 갤러리의 관심과 함께 스카이프로 해외 전시장을 조율하며 원격 전시회에 가까운 전시회를 치러내는 해프닝을 만들어내기도 했었죠. 중국 정부의 감시와 통제가 강해질수록 오히려 이를 이용하며 더 재치 있는 작품과 전시회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어가는 그의 행보로 인해 중국 정부도 크게 손을 쓰지 못했다고 하는데요. 작품에서 가운뎃손가락 욕을 이용하기도 하는 블랙 코미디적인 한 명의 예술가가 하나의 국가를 움켜쥐고 있는 권력마저도 무릎 꿇게 만드는 흥미로운 모습도 이 아이 웨이웨이라는 작가를 바라보는 큰 재미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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