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변기를 지키는 미술관

로마의 보르게세 현대미술관에서 직접 만난 '마르셀 뒤샹(Marcel Duchamp)'의 '샘(Fountain)'

‘화장실 소변기를 진지하게 지키고 있는 미술관’이라는 문구는 ‘어느 세상 이야기인가…’하는 생각이 드는 문장인데요. 지금 이 시간 속 현대미술에서 이뤄지고 있는 모습입니다. ‘샘’이라는 작품을 보면 알 수 있는데요. 남성용 소변기로 만들어진 작품이지만, 일명 ‘변기통 작품’이라 많이 불리는 작품으로 현대미술의 3대 거장 ‘마르셀 뒤샹’의 대표작이죠.

 

이 작품은 변기통이라는 겉모습과 함께 미술적인 가치가 있다고 믿든, 없다고 믿든 '미술과 미학을 이론적으로 공부하는 사람 중 이 작품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라고 단언할 수 있는 작품이기도 한데요. 정규 과정이든, 교양 과정이든 미술과 미학 이론 과정의 첫 시간은 대부분 이 작품과 함께하고 있으니 말이죠.

 

미학자들은 이 작품을 통해 ‘현대는 이제 오직 겉모습을 바라보기보다는 내적인 의미를 볼 줄 알게 되었다.’라는 설명을 붙이며 ‘개념미술의 시대가 열렸다.’라고 설명하는데요. 시대의 아름다움을 모아놓는 미술관과 박물관의 상황을 보면 ‘현대는 이제 오직 겉모습을 바라보기보다는...’이라는 부분만큼은 굉장히 쉽게 파악할 수 있습니다. 아름다운 그림과 조각상이 가득한 전통미술 전시관을 지나 현대미술 전시관에 들어서면, 현대미술의 아름다움을 대표하는 자리에 이 변기통 작품이 놓여있으니 말이죠.

 

변기통과 박물관, 미술관의 조합은 변기통 작품을 향해 ‘이게 미술이라고?’라는 생각을 떠오르게 만드는데요. 작품의 겉모습만으로 ‘와... 정말 예술이야...’라는 생각을 떠올리게 만들기보다는 평소에 볼 수 없었던 어처구니없는 조합을 보여주는 것으로 ‘이게 미술이라고?’라는 놀라움, 호기심 등을 자극하기에 변기통이라는 존재는 어쩌면 가장 극단적으로 탁월한 존재였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이 작품은 이런 생각들과 함께 공부하고, 해석하고, 이야기하다 보면 ‘내가 지금... 소변기 하나 보면서 뭘 하는 거지...?’라는 실소가 터져 나오는 작품이기도 한데요. 실소와 함께 ‘이런 게 현대미술의 매력이라는 건가...’하는 흥미와 혼란이 공존하는 감정이 찾아오는 것이죠. 생각해보면 여러 가지로 참 웃기기는 합니다. 소변기에 사인을 해놓은 작품을 강화유리로 감싸 놓는 것도 모자라 보안요원을 함께 배치하며 작품을 전시하는데요. 관객은 심지어 이 소변기를 보기 위해 전시관 입구에서 엑스레이 등으로 몸과 소지품 검사를 받기까지 합니다. 오직 화장실에서나 만나는 소변기 하나를 보기 위해 말이죠.

 

물론 저는 이런 아이러니함이 가득한 현대미술에 빠져있는 괴상하다면 괴상한 취향을 가지고 있습니다. 미학 공부를 하다 보면 이런 헛웃음 가득 지어지는 작품의 겉모습을 맞닥뜨리는 것이 사실이니 말이죠. 하지만, 이런 변기통 작품이 나타난 시기와 사진, 영상, 디지털 기술 등이 나타나는 시기가 겹친다는 사실은 작품의 하찮은 겉모습 뒤 숨겨진 흥미로움을 자극하는데요. 사진, 영상, 디지털 기술 등의 새로운 이미지는 그림과 조각상보다 훨씬 강력한 이미지를 만들어내며 관객의 눈을 화려하게 자극하기 시작합니다. 이 화려한 자극은 전통미술 속 그림과 조각으로는 더 이상 관객의 눈을 끌기가 어려워짐을 의미했는데요. 이런 새로운 환경을 인지한 미술가들은 말도 안 되는 겉모습의 작품으로 ‘이게 미술이라고?’와 같은 생각을 자극하는 시도를 시작했던 것이죠.

 

이렇게 미술이라는 톱니바퀴가 사회라는 큰 톱니바퀴와 함께 맞물리며 굴러가듯, 비슷하게 변화하는 틀을 하나씩 발견하는 재미가 존재하는데요. 겉으로는 참 무의미해 보이면서도 그 속에 숨겨진 의미가 겉모습보다 크고 흥미롭기에 이 미술이라는 존재는 아직 죽어버린 과거의 문화를 뜻하는 문화재라는 표현보다는 문화라는 표현과 함께 이 시대에 살아있는 예술로서 자리매김 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 Ps. 그런데 심지어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소변기들은 마르셀 뒤샹이 1917년 처음 내놓은 진품 소변기가 아닙니다. 첫 진품 소변기는 내놓았다가 아무도 모른 체 폐기되었는데요. 이후 일화가 알려지며 작품이 유명해진 후, 1960년대부터 회고전 등을 위해 마르셀 뒤샹이 직접 복제작으로서 만든 마르셀 뒤샹 공인 짝퉁 변기통들이죠.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것들은 이후 복제된 복제품 16개 중 하나에 불과한 것인데요. 심지어 복제품 16개가 모양이 다 다릅니다. 또 다른 헛웃음을 자극하는 사실이죠?

 

마르셀 뒤샹(Marcel Ducham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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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사 컬렉터 : 이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