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 음악가의 공연은 구걸이 아닌데
- 사용하지 않는 폴더
- 2016. 4. 24. 19:57
몇 달 전 개인적으로 세상에 대해 조금은 야박하다는 생각이 들던 한국의 거리 음악가에 대한 신문기사를 읽었습니다.
당시 기사는 방세를 내기 위해 거리에서 공연하는 거리 공연가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요.
세상이 참 야박하다 느꼈던 이유는 사실 기사의 내용이 아니고 기사에 달려있는 댓글들이었습니다.
당시 베스트 댓글로 올라와 있던 댓글은 거리 공연을 구걸이라고 표현하고 있었는데요.
제 기억으로는 '거리에서 공연하며 구걸할 시간에 가서 일을 해서 돈을 벌어라'라는 느낌의 댓글이었습니다.
사실 예술을 하며 먹고살고 싶어 하는 저로서는 굉장히 불쾌하게 느껴지면서도 세상 정말 야박하다는 생각이 들었던 댓글이었는데요.
그런 댓글이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을 받으며 베스트로 떠올라 있었다는 점이 굉장한 충격이기도 했습니다.
거리 한편에 자리를 잡고 자신의 음악과 노래를 들려주며 마련해놓은 팁 박스에 그야말로 팁을 받는 일종의 공연을 구걸이라고 인식한다니 다시 한 번 생각해도 충격적인데요.
가끔 공연하는 거리 공연가와 감상하려는 행인들로 인해 지나가는 길이 막혀버리는 짜증 나는 상황들이 어쩌면 이런 좋지 않은 인식을 만들어낸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혹은 거리에서 기타 연주하고 노래하는 것으로 돈을 받는 그 모습이 길거리에서 구걸을 하는 집 잃은 노숙자분들처럼 보였다는 것인데 뭔가 세상이 참 야박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의도치 않게 정말 집을 잃고 노숙을 하는 분들을 폄하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음악이라는 꿈을 가지고 현실을 헤쳐나가기 위해 거리로 나온 음악인들에게 구걸이라는 표현은 참 야박한 세상의 것이지 않을까요.
물론 거리로 나온 이 거리 음악가들로 인해 가끔은 길이 막히고 혹은 좋아하지 않는 타입의 음악을 원치 않게 들어야만 하는 짜증 나는 상황들이 만들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누군가는 좋아하는 음악이기에 길이 막히고 누군가는 들려주고 싶기에 연주하고 있는 음악을 그저 구걸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공감이 부족한 야박한 세상의 표현이지 않을까요.
언젠가는 나와 너무 잘 맞는 거리 공연가의 음악이 들려 발길이 멈춰지고 어느새 내가 길을 막는 군중이 되어버릴 수도 있을 텐데 말이죠.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만났을 때 부담 없이 발길을 멈출 수 있도록 지금 눈앞에 음악을 즐기고 있는 연주자와 듣는 이들을 배려해주는 모습도 참 괜찮아 보이는 세상의 모습이지 않을까요.
혹은 이런 배려조차 할 수 없게 바쁘게 돌아가는 이 사회가 우리를 어쩔 수 없이 야박하게 만드는 원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분은 벨기에의 브뤼셀에서 만난 거리 음악인입니다.
은근한 지루함을 느끼고 있던 브뤼셀에서 저에게 재미를 주셨던 이 분의 공연은 절대 구걸이 아니었습니다.
2015, 04 @ 유럽, 벨기에, 브뤼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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