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을 불태워 쿠키를 만들다

존 발데사리(john baldessari)의 화장 프로젝트(The cremation project)

‘그림을 불태운 재로 쿠키를 만든다’라는 문장은 대충 듣고만 있어도 ‘먹는 거로 장난치지 말라’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정신 나간 소리인데요. 실제로 한 작가가 본인이 13년 동안 그렸던 그림을 불태우고 남은 재로 쿠키를 만든 작품이 있습니다. ‘화장 프로젝트’라 이름 붙은 작품인데요. ‘나는 더 이상 지루한 작품을 만들지 않을 것이다.(I will not make any more boring art)’라는 작품이 인상적인 ‘존 발데사리’의 작품이죠.

 

화장이 이루어진 화장소 전경과 존 발데사리

존 발데사리는 1970년 여름, 본인 작업실 근처의 화장소에서 1953년부터 1966년까지 그렸던 본인의 회화 작품 전부를 화장시켜 버립니다. 작가 본인이 불태운 그림 대부분을 슬라이드로 남겨놓았다고 알려졌지만, 그 양이 워낙 많아 얼마나 많은 그림이 화장됐는지는 정확한 파악이 힘들다고도 알려졌습니다. 화장이 이루어지고 있는 당시의 화장소 전경을 기록한 사진을 보고 있자면 그 양이 꽤 많다는 것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죠.

 

발데사리는 그림을 태우고 남은 재를 이용해 쿠키를 만들고 유리병에 담는 것으로 작품을 마무리했는데요. 1953년부터 1966년까지 13년간 만들었던 작품들이 1970년의 새 작품으로 탄생하는 흥미로운 순간이기도 했습니다. 존 발데사리는 이 작품에 대해 ‘현재까지 만든 작품 중 최고의 작품이라 생각한다. (I really think it is my best piece to date)’라는 개인적인 소감을 밝히기도 했는데요. 본인이 13년간 그렸던 그림을 태운 후 쿠키로 만들어 놓고는 ‘최고의 작품이 탄생했다.’라고 말하는 그의 행동은 ‘존 발데사리다운 작품이자, 발언이다.’라는 생각 외의 표현이 불가능해 보입니다.

 

존 발데사리의 작품 리스트를 쭉 보고 있자면 평범한 화가처럼 보이면서도 리스트 중간중간 사람을 흠칫하게 만드는 작품을 하나씩 끼워놓는 작가인데요. 이 작품을 만들고 1년 후 내놓은 ‘나는 더 이상 지루한 작품을 만들지 않을 것이다.’라는 작품과 함께 이 시기 그의 생각과 다짐을 느껴볼 수 있어 더욱 흥미를 자극하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존 발데사리의 ‘나는 더 이상 지루한 작품을 만들지 않을 것이다.(I will not make any more boring art)'

‘그림을 불태워 그 재로 쿠키를 만든다.’라는 문장은 ‘미술한다는 것들이 또 미친 짓을 하는구나...’ 싶은 문장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한 작가가 13년 동안 본인이 그린 그림을 불태워 재로 만들고는 그 재로 쿠키를 만들었다.’라는 문장은 괜스레 그 행동의 의도와 생각이 궁금해지는 흥미를 자극하는데요. 그 후 1년이 지나 내놓은 ‘나는 더 이상 지루한 작품을 만들지 않을 것이다.’라는 작품의 제목이자 작품 속 문구는 작품에 대한 작가의 생각을 한층 더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오묘한 과정을 만들어내는 것 같습니다.

 

 

댓글(0)

미술사 컬렉터 : 이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