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보다 다양한 취향의 종류
- 미학적 잡담
- 2019. 8. 5. 21:49
개인적으로 역사와 미술을 공부하며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키워드는 취향과 다양성의 존중인데요. 취향과 다양성의 존중을 개인적인 신념처럼 간직하고 있음에도 이 세상의 다양한 모습을 보고 있자면 당황스러운 감정을 느낄 때가 많습니다. 대표적인 예로는 채프만 브라더스의 작품이 있는데요. 어린아이의 신체를 자르고 붙이기도 하고 그 외 대단하다 싶을 정도의 다양한 방식으로 잔인하고 기괴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처음부터 포용성 있게 넓은 시각으로 접근했음에도 예상보다 훨씬 다양한 취향이 존재함을 느끼게 만드는 작품이죠.
작품을 통해 세상의 다양성에 놀라움과 당황스러움을 느끼는 와중에 한층 더 놀라움을 선사하는 부분은 또 이런 작품에 취향을 가진 관객이 생각보다 많이 존재한다는 사실인데요. 일반적으로 예쁘고 아름답다고 생각되는 작품보다 이 잔인하고 기괴한 작품에 더 큰 관심과 흥미를 느끼는 관객이 존재하는 것이죠. 이런 작품을 만드는 작가의 취향과 함께 이를 즐기는 관객으로서의 취향도 존재한다는 사실은 어쩌면 당연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작품을 만드는 작가의 다양한 취향에 약간의 충격을 받은 저에게 찾아온 이런 취향을 가진 관객의 모습은 제가 충격받고 있던 사실을 확인사살시켜주는 모습이기도 했죠.
이런 생각을 하다 보면 우리가 일반적이라 생각했던 예쁨과 아름다움에 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되는데요. 일반적인 아름다움과 취향 존중이라는 두 단어는 무엇인지 모를 모순이 존재하는 조합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고는 합니다. 누군가에게는 자신의 취향이기에 아름답게 느껴지지만, 일반적이지 않다는 이유로 아름답다고는 표현하지 못하는 현상 때문일까요. 각 시대의 아름다움을 모아놓는 갤러리에 이 시대의 아름다움으로서 변기통이 놓이는 상황 속에서 느끼는 모순과는 반대의 모습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개성과 취향을 중시하는 시대에서도 일반적인 취향은 아름답다 표현되고, 일반적이지 않은 취향은 독특하다 표현되는 것이 이 시대의 일반적인 모습인데요. 이 모습은 사람과 사회가 그리 쉽고 빠르게 변하지는 못한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 같기도 합니다. 하지만, 일반적이지 않은 취향을 가졌을 경우 목숨을 내놓아야 했던 중세의 마녀사냥 등을 생각해보자면, 현재는 과거보다 나아졌다는 사실 또한 느껴볼 수 있는 것이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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