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학적 잡담 : 트레이시 에민의 삶을 이용한 작품 '트레이시 에민(Tracey Emin)’이라는 작가는 ‘한 사람의 인생이 작품이 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의 답안처럼 느껴지는 작가인데요. 본인과 함께 잠들었던 할머니, 엄마, 전 남자친구들과 친구들 등의 이름을 텐트에 붙이며 작품을 만들고, 심지어는 본인이 실제로 사용하던 침대를 그대로 내놓는 것으로 작품을 만들기도 하는 트레이시 에민의 작품을 보고 있자면 새로움과 흥미로움 또는 혼란스러움 등이 공존하는 감정과 함께 미술에 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지경에 빠지기도 하죠. 대게 관객이 미술가의 인생에 관해 궁금증을 가지기 시작하는 시기는 한 미술가의 작품을 마음에 들어하면서부터인 경우가 많은데요. 트레이시 에민은 작품을 통해 직설적으로 자신의 삶을 관객..
미학적 잡담 : 천안문과 에펠탑을 향한 가운뎃손가락의 의미 당연한 생각일지 모르지만, 현대 속에서 벌어지는 예술이라는 것이 참 별나구나 하는 생각이 들 때가 많습니다. 패션에서는 ‘어글리(Ugly : 못생김)’가 유행 키워드로 등장하며 못생김을 모티브로 정반대 개념인 예쁨을 지향하는 감각적인 디자인이 등장하고, '예술은 정말 개똥 같다.’라는 말을 무색하게 만들듯 ‘예술가의 신선한 똥이 들어있다.’라고 주장하는 통조림 캔 작품이 등장하기도 하는 세상이니 말이죠. '정말 미친 세상이구나’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올바름과 정직함, 선함과 같이 오직 흰색의 가치만을 고집하던 과거와는 다르게 경우에 따라 악당을 섹시하다 느끼기도 하는 검은 매력을 발견할 줄도 아는 것이 현대의 모습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
미학적 잡담 : 앙리 마티스가 그림을 그리는 마지막 방법 Cut-Out : 잘라서 무엇인가를 만들다 현대미술의 3대 거장이라 불리는 앙리 마티스는 야수같이 강력한 색상을 이용한다는 ‘야수파’ 화풍으로도 유명하지만, 이 ‘컷-아웃’이라는 제목의 콜라주 작품으로도 유명합니다. 종이를 잘라서 만드는 이 ‘컷-아웃(Cut-Outs)’이라는 작품은 그의 인생 마지막 시기에 만들어진 작품이기도 한데요. 현실묘사라는 전통에서 벗어나며 나타난 야수파, 인상파 등의 새로운 화풍을 지나 그림이라 부르기 힘든 그림이 등장하기 시작했던 이 시기 미술의 변화를 적절하게 나타내고 있는 작품이기도 하죠. 그런데 저는 개인적으로 가끔 ‘만약 마티스가 건강했다면 이 ‘컷-아웃’이라는 작품이 등장했을까?’라는 잡담 같은 의문을 가져보고..
미학적 잡담 : 데미안 허스트의 새로운 상어 삶과 죽음을 주제로 작품을 만드는 데미안 허스트는 일명 '상어 작품'이라고도 불리는 본인의 대표작 ‘살아있는 사람의 마음속에 존재하는 죽음의 물리적 불가능성(The Physical Impossibility of Death in the Mind of Someone Living)’을 만들기 위해 호주의 상어잡이에게 상어를 주문했었다고 합니다. ‘사람을 한 입에 잡아먹을 수 있는 크기의 상어’라는 특이한 주문과 함께 거대한 실제 상어의 시체를 얻어낸 데미안 허스트는 이를 방부액에 담가놓는 것으로 작품을 완성했는데요. 한 마리의 상어가 사람을 잡아먹을 듯 큰 입을 벌린 채 죽음이라는 작가의 메세지를 던지고 있는 작품은 이렇게 탄생했습니다. 그런데 2006년, 이 작품..
미학적 잡담 : 예술가의 선택 예술가는 작품을 만들며 생각보다 정말 많은 선택의 갈림길에 서게 됩니다. 심지어는 점을 하나 찍는 그림을 그리는 행위 앞에서도 넓은 캔버스 위에 어디에 하나의 점을 그릴지 선택해야 하는데요. 사물을 그리면서부터는 점 하나의 위치를 고민하는 것 곱절의 선택 옵션이 생기기 시작하죠. 사물의 위치, 그리는 방향을 포함해, 흐리게 그릴지 뚜렷하게 그릴지 등을 고민해야 합니다. 양동이 두 개를 교묘하게 이어놓고는 8처럼 보이게 만든 이 '노란 8(Yellow Eight)’이라는 작품을 만들 때도 마찬가지인데요. 양동이라는 재료의 선택, 잘라서 붙이는 모양의 선택, 양동이에 부을 액체의 색상 선택, 이름 선택 등 작품의 겉모습 자체는 ‘이게 무슨 짓인가…’ 싶지만, 이 간단해 보이는 ..